La meilleure philosophie, relativement au monde, est d’allier, à son égard, le sarcasme de la gaîté avec l’indulgence du mépris. —Nicolas de Chamfort
세상을 대하는 최고의 철학은 유쾌함에서 나온 냉소, 경멸에서 비롯한 관용을 겸비하는 것이다. —니콜라 드 샹포르
아직 문학을 전공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본격적으로 처음 번역했던 작품은 17세기 프랑스의 모랄리스트였던 프랑수아 드 라 로쉬푸코 공작의 『잠언집』이었다. 결국 학사 논문도 라 로쉬푸코를 주제로 삼았는데, 인간은 비이성과 맹목이 지배하는 존재라고 단정하면서도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다는 모순적 구상이 결국 실존적 부조리 자체를 지시하고 있다는... 당시에는 꽤 그럴 듯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참 앙상한 결론을 내렸었다.
아무튼 그때부터 아포리즘 문학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옮기기도 했다. 그런데 이 장르를 '팔 때' 큰 문제 중 하나가, 대개 자신이 인간의 본성을 꿰뚫었다는 자신감이 충천한 사람들이 쓴 것들이기 때문에, 그것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별 감흥이 없을 때의 실망감이 배가 된다는 점이다.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알 수 없다는 진단으로 끝낼 것이면 애당초 잠언을 쓸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, 잠언은 본질적으로 겸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장르인 것이다.
소설이나 시는 어떤 부분은 좋고 어떤 부분은 별로고 그렇지만 그 부분들이 전체를 이루면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형성하면서 별로였던 부분을 벌충한다고 하면, 아포리즘은 여러 개를 모아놓았을 때 '좋은' 것을 건지기도 힘들고, 그렇게 몇 개의 아포리즘을 겨우 찾아낸다고 해도 그걸 가지고 다른 아포리즘의 부족함을 벌충할 길도 없다. 그냥 많은 수의 구린 잠언 속에서 겨우 한 두 개 찾아내면, 나머지 잠언들을 읽으면서 낭비한 시간이나 느꼈던 찝찝함 같은 걸 딱히 보상 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. 그리고 오늘 번역한 18세기 후반의 작가 니콜라 샹포르 역시, 인생사가 기구한 데서 오는 다소의 호기심을 이겨내고 나면 그다지 애정이 가지 않는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선언들에 불과한 잠언을 수백 개씩 남긴 사람이다. 수백 개 중에 한 열 개 정도는 재미있게 읽을 만하거나 기억해 둘 만 한데, 사실 이것도 상당히 타율이 높은 것이다.
가장 좋은 잠언은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잠언이다. 그런 의미에서 이 잠언은 Le sarcasme de la gaîté avec l’indulgence du mépris.로 충분했다고 본다. 앞서 말하였듯 잠언은 그 본질에서 겸허함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고 귀족주의적 우아함이 잠언의 미학을 규정한다. 유쾌함에서 나온 냉소와 경멸에서 비롯한 관용이라는 역설적 표현이 연출하는 사유의 깊이는 샹포르가 남긴 가장 위대한 문학적 유산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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